[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인터넷 대중화 초기, “사이버 공간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 자유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뛰어난 지식이나 기술도 없는 개인이 자기 뜻대로 정보 생산과 편집을 할 수 있게 된 이래로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과 지식 공유를 하게 된 모습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수많은 일반인들이 다른 이들을 위해, 또 자기 재미나 성취감을 위해 정보나 소식을 시시각각 알리기 바쁘다. 위키피디아나 트위터가 대표적 예다. 그야말로 인터넷 공간은 정보 권력 없이도 누구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민초들의 아고라(Agora;고대 그리스 도시에 있던 열린 회의의 장소)’가 된 듯 보인다.
그러나 희망이 오롯이 ‘희망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은 않다.
우선 일베(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를 보자. 그 사이트 안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수많은 악의적 논의들 - 김치년(여성 혐오), 종북좌빨·홍어(진보세력과 전라도 및 민주화운동 비하), 로린이(어린이 성적 대상화), 다문화 혐오 - 은 그들끼리 여기저기서 모은 수많은 근거 ‘팩트’들을 통해 기정사실화 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와 공감의 글들을 읽고있자면 5·18 광주항쟁은 북한이 주도한 쿠데타이며 모든 한국 여성들은 남자에 비하면 상종조차 못할 무개념 족속인 것만 같이 여기게 된다. 실제로 일베를 통해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역사, 우리 사회의 비밀을 배웠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부쩍 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알바도 마찬가지다. 여당과 경찰이 그렇게도 아니라며 펄쩍 뛰던 온라인 여론 조작설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주도한 댓글 알바질은 수십개의 인터넷 공간에서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진보인사를 ‘종북’으로 몰거나 진보 정치인·정당의 정책을 무조건 폄하하고 이에 동조하는 여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선을 맞아 후보들을 검증하고자했던 네티즌 가운데는 댓글 알바들의 의도적인 여론몰이에 의해 주체적 판단을 방해받거나, 정치 피로감을 느끼고 판단을 유보한 이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당시 대선후보의 됨됨이나 공약보다는 이데올로기 논쟁이나 정파 편들기에서 시작된 분란이 수도 없이 일었기 때문이다.
최근 꼬마 스타 윤후의 안티 카페에 대응한 선의의 네티즌들이 ‘윤후 사랑해’라는 검색어를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올린 일은 그 아름다운 모습 뒤로 그림자도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중앙일보,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윤후 사랑해’의 빛과 그림자]) 물론 이는 윤후를 아끼는 이들이 혹시라도 윤후가 크게 상처받을까 캠페인처럼 시작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사례는 또 수백·수천의 인물들이 동시에 특정 키워드 검색을 시도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조작하거나 또는 문제가 되는 이슈를 감출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집단지성의 장으로 여겨지는 위키피디아에도 잘못된 정보가 등록된 적 있고, 단지 개인들의 잡담 공간일 것만 같았던 트위터에도 온갖 광고들이 ‘도움 되는 정보’인 양 겉모습을 포장한 채 범람한다. 이처럼 대중 다수를 선동하기에는 익명성에 자신을 숨긴 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만큼 매력적인 장소가 또 없다.
더구나 눈 앞의 정보를 검증하려 시도하기 보다는 그 즉시 진실인 양 믿어버리는 이들이 많고, 또 그 개방성과 탁월한 접근성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 대다수가 접할 수도 있는 것이 인터넷 정보다. 그러니 그 속에서 전개되는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만 있는다면 그 누구라도 정보권력자들의 의도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
인터넷은 여전히 모두를 위한 공간이지만 그 ‘모두’라는 것이 선한 이들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국정원이 일베 이용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선물을 주는 것, 댓글 알바를 이용해 여론을 호도한 것은 이미 국가 고위층 인사들이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과 조작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권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그 누구라도 인력을 동원할 여지만 있으면 한 번쯤 여론몰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인터넷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눈 앞의 정보가 옳은지 혹은 그른지, 게시자나 작성자의 의도는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또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Let itBe”를 외치고만 있는 주인은 낭만주의자가 아니라 방관자일 뿐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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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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