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급속충전 18분, 가능할까요?”
“그럼요,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SK온은 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고 흔쾌히 대답했다. ‘18분 급속충전’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새로운 목표였다.
당시 완성차 업체들이 요청하는 급속충전 기준은 30분 수준이었고, 양산된 셀로는 급속충전이 50분이나 걸리던 상황이었다.
SK온은 이미 2년 전(2016년)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급속충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던 터였다.
SK온이 가전·IT 전시회 CES 2023(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SF(Super Fast·급속충전)배터리를 출품한 가운데 박기수 SK온 Cell개발2 담당은 5일(현지시간) SF배터리를 개발한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박 담당은 “전기차의 완성은 얼마나 더 멀리, 더 빨리 가느냐, 얼마나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SK온은 그런 미래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황이었고, 완성차 업체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급속충전 기술의 핵심은 충전시 리튬이 삽입될 때 음극의 저항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있다. SK온은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특수 코팅 공법과 함께 충전 속도를 올려줄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코팅에서 셀 저항을 발생시키는 접착제(SBR) 사용을 최소화하는 공정도 새롭게 적용했다.
이런 기술 개발에 힘입어 SK온과 해당 완성차 업체 간 협의체가 가동됐다.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성능 및 안전성 검증을 위해서였다.
SK온 관계자는 “협의체 간 긴밀한 업무 협업을 통해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공동 연구의 원동력은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고 말했다.
SF배터리의 성공은 급속충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보통 급속충전을 하게 되면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품질보증 기준이 1000사이클이라면 일반적으로 급속충전에 대한 보증은 300사이클(일반충전 700사이클, 급속충전 300사이클)에 그친다. 그러나 SF배터리를 쓰면 급속충전만 해도 1000사이클을 모두 운행할 수 있어 급속충전과 배터리 수명,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평소의 3배 수준으로 숱하게 실시한 기초테스트 끝에 거둔 성과였다. SK온이 자체적으로 TF를 꾸린 지는 약 3년, SF배터리 개발을 요청한 완성체 업체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는 1년여 만이었다. 2021년 SF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출시되자 시장에선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2월 사전계약 첫날 하루 만에 1년 목표 판매량을 거의 달성했다. 해당 전기차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22 월드카 어워즈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SF배터리는 독자적인 기록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가전 박람회인 CES 2023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최고 혁신상’(내장기술 분야)을 받으면서다.
SK온은 이제 10분 급속충전을 목표로 또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업계 최초 CES 최고혁신상 수상은 기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성능이 좋은 배터리 개발에 대한 부담감도 더 커졌다”라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K배터리의 위상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NSP통신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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