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재정 기자 = 그룹전 ‘리모트(콘트롤 remote(control))’가 29일부터 제주시 갤러리2 중선농원에서 진행중이다.
참여 작가는 강석호, 박광수, 잭슨홍, 한경우 등 여덟 작가. 작품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현대미술 13점이 3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서 리모트(콘트롤)는 직접 갈 수 없어서 멀리서 전시준비를 할 경우 발생하는 제약과 한계를 우회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유도하는 장치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리모트(콘트롤) 전시가 현실 바깥의 이상향을 모색하는 장치가 아니고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 개입하고 조정하는 과정, 비선형적이고 예외적인 도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홍승혜의 ‘Box, 2020’이다. 포토샵 저해상도 그리드 위에서 상상 가능한 부피의 이미지를 ‘픽셀 추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백지/무에서 싹이 트고 성장하는 과정을 닮아있다. 이 성장과정은 유기적이며 예측불가능성을 내재한 우리 삶을 암시한다는 점과 미디어의 차용적 측면에서 눈에 띈다.
현재와 과거를 가로지르며 의외의 만남을 주선하는 강석호의 배꼽 회화(무제, 2021) 세 점은 20세기 태평양전쟁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한 개인의 삶을 연결하며 현실의 색다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그 밖에 가로막힌 현실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위치를 묻는 박광수의 색채 드로잉 ‘무제, 2020’ 세 점, ‘나의 랜스케이프' 시리즈 중 미공개 작품인 황용진의 ’ML17213, 2017‘, 작가가 오래 전부터 지속해 온 ‘에리스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 한계륜의 ‘노랑의 착륙, 2021’, 피스톤 운동을 하며 유체를 압축하는 기계를 만화적 이미지로 재가공한 잭슨홍의 ‘플런저 Plunger, 2010’ 등 볼만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풍성하게 만든다.
되돌릴 수 없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조각을 뒤집어 생각하며 풀어 나가는 김세일의 ‘X25, 2020’도 좋다.
X25, 2020은 흙으로 만든 두툼한 판 위에 인체를 그린 후 내부를 거꾸로 파내고 거기에 석고를 붓고 굳은 다음 흙을 걷어내면서 손에 잡히는 자그마한 ‘덩어리(mass)’, 우연과 오류에서 탄생한 존재지만 늘 작가 곁에 떠돌던 ‘그 무엇 X’에 관한 혹은 압류된 욕망의 이야기를 담아 흥미를 유발시킨다.
NSP통신 이재정 기자 jejugraphi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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